아름다운 집/포항시 죽장면 지동 김인구씨 집                                              

보통 전원의 삶은 여유있는 노후생활을 설계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지 싶다. 때문에 전원주택 의 집주인들은 대개 한창 일할 나이가 지난 50대 이후가 많은 것. 지금까지 취재하면서 만난 집주인들도 대부분 그러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원주택에서 사는 것'이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뭘까. 아마도 자녀 교육문제와 문화적인 혜택에서 소외된다는 느낌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일 터이다.

포항시 북구 죽장면 지동에서 전원의 삶을 만끽하고 있는 김인구(42)씨. 그는 35세였던 지난 1998년에 이곳, 보현산 자락에 터를 잡았다. 당시 포항에 일자리가 있었던 그가 고향인 안동으로 자주 왕래하다 우연히 집터를 발견한 것.

"보현산이 훤하게 보이는 이 자리가 너무 탐이 났지요. 고향 산천에 대한 향수도 작용했고. 집사람을 설득해 직장도 그만두고 집을 지었지요."

한창 일할 나이에 전원의 삶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김씨는 오히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어차피 전원생활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가능하지요. 그게 어디 쉽습니까. 지금은 열심히 벌고 나중에 형편이 되면 생각해봐야지 하다간 평생 꿈으로만 간직하기 십상이지요. 조금이라도 젊을 때 들어와야 기반을 닦는데 유리합니다. 또 전원을 이용한 돈벌이 아이디어도 쉽게 생각할 수 있고요."

김씨가 직접 만든 이 집은 2층 황토담집. 하지만 일반적인 흙집과는 구조가 다르다. 뼈대가 철골이다. 산속에 철골이라 잘 어울리지 않는 궁합이다. 튼튼함을 고려해서일까?

"나무와 흙은 접합이 잘 안 되더군요. 그래서 철골을 생각했지요. 집을 처음 짓는 초보자에게 가장 쉬운 재료입니다. 그리고 제철도시인 포항인지라 재료 값도 싸지요."

철골로 뼈대를 이룬 뒤 나무와 황토로 마감을 했다. 지붕과 철골이 드러나는 곳은 모두 나무로 가렸다. 천장도 대나무를 잘게 썰어 가려놨다. 나무로 인테리어를 한 셈이다. 스틸하우스를 영락없이 나무 또는 흙집으로 포장한 집주인의 아이디어가 탁월하다.

두 개의 방과 주방, 화장실, 거실이 있는 이집은 1층과 2층을 아예 터놨다. 천장이 높으니 집 안이 굉장히 넓어 보인다. 특히 이 집은 2층에 거실을 마련한 점이 특이하다.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선 거실은 당연히 전망이 좋을 수밖에. 서구식 벽난로가 아닌 전통 아궁이를 마련해 불을 때게 한 것도 재미있다. 아궁이는 난방보일러 기능뿐 아니라 추운 겨울이나 여름 장마철에 고기를 구워 먹는데도 안성맞춤이다.

김씨 내외와 딸 야운(10)이 등 세 식구가 살기엔 300평의 대지가 무척 넓어 보인다. 그래서 넓은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상추, 고추 등 다양한 채소류가 살고 있는 텃밭, 오동나무와 대나무 숲을 등에 짊어진 정자와 약수터, 손님들이 하룻밤 자고갈 사랑채, 그네가 있는 야운이 전용 놀이터, 족구장 등…. 김씨 말대로 이 산 전체가 집이다.

이렇게 집을 꾸미는데 꼬박 5년이 걸렸단다. "지금도 할 일이 태산입니다. 심심할 시간이 없지요. 물론 힘든 적도 있지만 즐거움이 더 많아요." 개집, 정자도 모두 김씨의 작품이다.

"자연과 벗하며 도시 아이들이 잘 가지지 못하는 감성이라는 선물을 매일 받고 있는 딸을 보고 있으면 일찍 잘 들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가 심했던 집사람도 이젠 전원의 삶에 푹 젖어 있지요."

"예전 대도시 생활 경험이 지금 전원의 삶에 무척 도움이 된다"는 김씨는 "조금이라도 빨리 전원의 행복함을 가지라"고 충고했다.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imaeil.com

♧정용의 500자평

포항 죽장은 영천 자양과 연결되는 대구에서 보면 가장 오지 마을이고 어쩌면 강원도 심심산골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효석의 소설에 나오는 창평`대하로 이어지는 느낌, 메밀꽃이 피고 옥수수가 잠자리 나는 사이로 쑥쑥 잘아 오르는 그런 마을이다. 굽이 돌아 끝 간 데가 없어 보이는 영천댐의 드라이브도 즐거움이 더하는 곳이다.

도로 포장도 되지 않아 자갈 밭길이던 17년 전 세상에 이런 마을들이 잘 알려지기 전에 한 채에 100여만원 할 때 여러 채를 지인들에게 인연을 맺어 준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으로 심리적 거리는 여전하지만 실 교통시간은 지난날의 반 정도 가까워졌다. 그래도 죽장과 자양은 아직은 청정지역임이 분명하다.

이런 무공해 지역을 알고 있는 김인구씨는 농촌이라기보다는 산촌에 가까운 죽장면 지동에 터를 잡았다.

김인구씨 전원생활을 보면 3가지를 생각하게 하는데 전원에 들어와 살려면 체력이 뒷받침되는 나이에 들어와 도시생활에 아쉬웠던 일을 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집을 짓고 살아야 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도시민에게 전원체험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김인구씨 집은 재활용의 쇠파이프를 골조로 하고 우리가 자연에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집의 소재인 황토와 돌, 나무를 벽과 바닥으로 사용했고 자연 속에 드러나지 않기 위해 지붕도 나무로 덮었다. 큰 바위를 부수지 않고 집안에 들여놓은 농암제(弄岩祭)는 바위를 농하는 여유를 보여 주는 멋스러움도 있다.

죽현정(竹賢亭)과 바로 옆의 대숲 사이에서 나오는 생수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가 그 뜻함이 다하면 돌과 흙은 자연으로 돌려보낼 생각입니다." 불도화의 꽃 바람이 골짜기를 타고 오르고, 앞산에는 달이 뜨고 보현산으로 달이 진다. 신선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은 김인구씨 집은 자연에 묻혀 살고 싶은 도시민의 마음의 고향처럼 보이는 푸성귀 같은 집이다.

*아름다운 집에서 향기롭게 사는 집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연락하실 번호는 053)251-1583입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작성일: 2005년 0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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